(1) WOHN:SINN - ‘장애 포용적 주거’ 확산 플랫폼
WOHN:SINN은 장애 포용적 주거를 확산하기 위해 인적, 물적 자원과 정보들을 연결하고 있는 독일의 비영리단체입니다. “WHON” 독일어로 “거주/주거”를 의미하고, “SINN”은 “의미”를 뜻하는데요, 이들은 주거를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인권으로 이해합니다. 모든 사람이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살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믿고, 이 권리는 재정 상황, 장애, 생활 형태 또는 기타 개인적 특성과 관계없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WOHN:SINN 특히 장애인의 주거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며, 이를 포용적 주거 형태의 확산을 통해 달성하고 있습니다.
포용적 주거가 뭐지?
UN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 따르면 모든 장애인은 거주지를 선택하고 어디서 누구와 살지 결정할 동등한 기회를 갖습니다. WOHN:SINN에서는 포용적 주거를 "장애인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독립적으로 살면서 적극적인 공동체를 이루는 주거 형태"로 정의하고 있어요.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관에 포용적 주거의 요건이 자세히 적혀있더라구요.
포용적 주거란 아래의 조건을 충족하는 공동 주거 형태입니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발적이고 평등하게 함께 생활하며 일상에서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
- 모든 거주자의 자율적 생활을 보장하는 것
- 개인 공간과 공동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거주자에게 지속 가능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
- 사회 생활과 소셜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즉, 포용적 주거 형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기관에 속하지 않고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사회의 중심에서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리는 '평범한 주거 생활'을 가능하게 하죠. 포용적 주거의 핵심 요소를 꼽자면 ‘자기 결정’(일상생활에 대해 스스로 결정)과 ‘적극적 공동체’(고립과 배제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함께 활동하는 것을 의미)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WOHN:SINN은 무슨 일을 하는 조직이야?
WOHN:SINN은 사회적 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일하는 듯 해요. 역시나 정관에 따르면, 이 조직은 ‘세금 혜택 목적에 부합하는 순수한 공익성을 지향’하며 ‘자금은 오직 정관상의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고 적혀있거든요. 자금 조달은 ‘회원 회비’, ‘금전 및 물품 기부’, ‘활동을 통해 발생한 수익’, ‘공공 보조금’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이들이 하는 일은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긴 한데요,
- 포용적 주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포용적 주거지를 알선하는 플랫폼 구축, 운영, 확산.
- 포용적 주거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며, 장애인 지원 종사자 및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네트워크와 교류 플랫폼 운영
- 포용적 주거에 대한 인식 제고와 홍보 활동을 통해 장애인의 주거 환경을 개선
즉, 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함께 자율적으로 생활하는 주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정보 제공, 컨설팅 그리고 네트워킹을 지원한다는 거예요. 좀 더 자세하게는 활동 영역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연구 및 정책 개발: 포용적 주거복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 제안
- 프로그램 기획: 주거빈곤층, 노숙인, 청년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주거 지원 (교육 활동)프로그램을 기획
- 실태 조사: 비적정 주거 거주자들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 실시
- 주거 모델 개발: 포용적 주거를 위한 새로운 주거 모델 개발 및 제안
- 정보 제공 및 교육: 주거복지 정보 제공, 관련 교육 프로그램 운영
- 파트너십 구축: 정부, NGO, 민간 기업 등과 협력하여 포용적 주거 프로젝트 추진
- 시범 사업 운영: 개발된 주거 모델을 실제로 적용해보는 시범 사업 진행
사실 홈페이지가 방대한 정보들을 담고 있어서, “그래서 뭘 한다는 건지..?”에 대한 답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는데요. (허허) 부동산 제공자, 장애인 돌봄 및 지원 서비스 제공자, 장애 당사자, 포용적 거주에 관심 있는 비장애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여러 포용적 주거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왔더라구요. 그 중 한 가지 사례를 가져와봤어요.
멘탈 이슈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포용적 주거 프로젝트
WINN:SINN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기억에 남는 건 Ariadne e.V.라는 정신질환 지원 기관과 협업한 사례인데요. 2022년 9월 1일, 뮌헨에 멘탈 이슈를 겪는 사람들과 비장애인 대학생들이 함께 사는 포용적 사회치료 주거 공동체를 설립한 사례예요.
우선 이 포용적 주거 모델은 “정신질환자의 사회 통합 지원” 기능을 합니다. 정신질환을 겪은 젊은층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상 생활을 영위하며 직업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사회복지 전문가가 개별 및 그룹을 지원하며, 대학생들도 교육 전문가의 지도 및 감독 하에 정신질환자들과의 일상 및 여가 활동에 참여해요. 정신질환자들은 비장애인 대학생들의 일상 및 사회생활 방식을 직접 관찰하며 새로운 학습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치료 중심의 집단(공동체)와는 차별화된 형태로, 동질 집단 내에서 고립되지 않으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공동체 모델이죠.
대학생 참여자들은 주당 약 4시간 정신질환자들과의 일상 및 여가 활동 지원에 참여하며 임대료 혜택을 받는데요, 월 약 250유로의 저렴한 임대료(난방비 제외)로 레지던트에 거주할 수 있어요. 학생들은 정신질환자들을 일상에서 접하고 함께 생활하며 멘탈 이슈가 있는 삶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정신 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의 사회 통합을 촉진하고, 대학생들에게는 저렴한 주거 기회와 더불어 다양성 이해의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적인 주거 모델이라 할 수 있어요.
(2) Statefree - 무국적자를 위한 커뮤니티, 국적초월을 향한 무브먼트
Statefree는 무국적(stateless) 당사자들의 커뮤니티를 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이 조직은 크리스티아나 부칼로라는 당사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서아프리카에서 독일로 이주한 부모님에게서 무국적으로 태어난 그녀는 독일에서 대학을 다니고 탄탄한 커리어를 쌓으며 성공적인 20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여행을 위해 떠난 모로코 공항에서 입국 거부를 당하면서 자신의 자유가 얼마나 한정적인지를 직면했다고 해요. 이후, 부칼로는 전 세계 데이터를 조사하며 문제의 범위를 파악하고 Statefree를 설립했습니다.
무국적이란, 무국적자는 어떤 사람이야?
‘무국적자’는 어느 국가에서도 시민으로 인정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해요. 어떤 나라나 문화에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신분이죠. 국가는 시민으로 누구를 인정할지 결정하고, 그에 따른 권리를 부여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민권을 가지며 많은 권리가 국가에 의해 보호받고 있죠. 그러나 무국적자의 경우, 거주하는 국가에 따라 교육, 정규 고용, 의료 서비스 등의 권리를 누리지 못할 수도 있어요. 정치적 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으면서도 투표할 권리조차 없기 때문에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미칠 기회가 전혀 없습니다. 무국적자는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모든 국가가 무국적자의 수를 파악하거나 보고하지는 않고 있다고 해요. 유럽에는 약 50만 명, 그 중 12만 6천 명이 독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Statefree에서는 어떤 일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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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Statefree 커뮤니티’는 무국적자들이 서로 소속감을 느끼고, 소통하며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입니다. Statefree는 무국적자들과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무국적 문제를 공유하고, 질문하며 논의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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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성 무국적 상태에 이르게 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됨으로써 무국적자들은 인식, 대표성, 인정 측면에서 소외되기 쉽죠. 이에 Statefree는 더 넓은 대중에게 무국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겪고 있는지 알리는 일을 합니다. 특히, 이 문제의 담론이 타인들에 의해 대상화되지 않고, 무국적자 본인들의 주도적인 서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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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권리 독일 내의 무국적자들이 온전한 사회참여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힘씁니다. 이를 위해 독일 법 개정과 절차 개선을 목표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Statefree는 시민권 법안 개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3가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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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국적 아동의 귀화 지원: 독일에서 무국적으로 태어난 아동의 자동 귀화 혹은 국제법에 따라 신청 시 귀화를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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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거주 기간 단축: 독일은 1954년 협약에 따라 무국적자의 귀화를 최대한 용이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무국적자의 귀화를 위한 최소 거주 기간을 단축할 것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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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 법에서 무국적 상태의 명시: 시민권 법에 무국적 상태를 명시함으로써, 무국적자가 사회의 일원으로 가시화되고 동시에 향후 귀화를 위한 기본 전제가 마련됩니다.
⇒ 새로운 시민권 법안에 해당 문제들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현재 무국적 상태를 인정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단계라고 하네요.
출처: Forbes, ‘Making Stateless People Visible and Powerful’(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