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잘 지내셨나요? 저는 평소처럼 다양한 관심사를 두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기 보단, 눈앞에 있는 시험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를 쓰기 전, 어떤 주제를 써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더군요! 이번에는 이전에 다뤘던 주제들(여성청년 노동, ESG지표, 사회적 디자인, 사회적 금융…)과는 조금 떨어진 교육 분야를 살펴봤습니다.
꽤 오래 전, 한동안 국내에서 핀란드 교육이라는 키워드가 떴었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저도 어렸을 때 “핀란드 교육은 뭐야?”, “어떻게 해야 핀란드 교육처럼 할 수 있어?” 이런 말들을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 배경에는 핀란드가 국제학생평가PISA에서 1위를 연속적으로 차지했던 사실이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핀란드 교육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어요. 한국의 교육 방송에서 자연 속에서의 공부, 숙제나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이미지로 핀란드 교육을 소개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핀란드 교육에 대해 들은 적 있나요? ‘갑자기 무슨 핀란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어요. 실제로 최근 PISA 결과를 보면 핀란드 교육의 위상은 많이 떨어졌어요. 핀란드 교육 문화부 보고서에 따르면, 읽기 문해력은 OECD 국가 중 한국에 이어 5위를 차지했지만, 그 평균 점수와 순위는 계속 하락하고 있어요. 물론, 순위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국가에서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여기서 제게 인상적이었던 점은 핀란드가 이런 국제적인 교육 지표에 의해 교육과정이나 교육정책을 수시로 바꾸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학교 현장이나 방송 매체에서도 PISA 성적 저하보다는 교육의 공평성과 형평성을 위협하는 상황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해요. 예를 들면, 이민 학생의 증가로 인한 교육 격차 심화, 다문화 감수성 문제, 주의력 결핍 장애, 자폐 스펙트럼 등의 학습 장애, 수학 학습에 대한 동기 부족 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거죠.
기초학력 보장제도는 핀란드에서 정책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제도예요. 그 중에서 판란드 국가 교육 평가 센터의 한 프로젝트를 살펴볼까요? 2018년에 총 7,777명의 핀란드 초등학교 1학년의 수학과 모국어 발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전국 평가의 내용과 평가 도구, 평가 분석의 방향과 시사점에 대해 살펴볼게요.
평가에서는 주로 수학적 개념, 수행 및 수학적 추론과 사고 능력 측정에 초점을 뒀어요.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은 태블릿이나 컴퓨터를 사용해 문제를 해결해요. 핀란드어 혹은 스웨덴어 등 자신의 모국어로 설명이 나오고 해당하는 그림을 눌러요. 테스트 영역은 도형과 측정, 수와 계산, 수학적 사고의 세 영역으로 구성되었어요.
평가 결과, 핀란드에서 초등학교 1학년을 시작하는 아동들은 크게 4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었어요. 발달이 필요한 그룹은 수학적 개념이나 사고에 대한 아이디어가 매우 낮거나 거의 없는 상태이고, 초보 단계 그룹은 제한적일지라도 수학적 개념이나 사고에 관한 기본 이해를 하고 있는 상태예요. 이 그룹은 핀란드에서 매우 적은 수에 해당하고, 본 연구의 주요 대상자라고 해요. 정상적으로 발달된 아동 그룹이 주 분포를 이루고 잇고, 이들은 제한적 범위에서 자연수의 기본 개념을 숙지하고 있고 삼각형, 원과 사각형의 개념을 알고 있으며 적절한 수학적 수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상위 그룹은 가장 높은 수준의 수학적 능력을 보이고, 7세임에도 불구하고 초등 3학년의 수준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가장 높거나 혹은 가장 낮은 성취 능력을 보인 학생들은 남학생이었으며 정상분포의 양 극단에 있는 범주 또한 남학생 수가 여학생 수의 약 2배에 가까웠다고 해요.
그렇다면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는 학생들의 학습 결과 혹은 학습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총 608명의 낮은 수준의 그룹은 수학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학교 지시 사항을 이해하는 수준 또한 낮았어요. 이는 언어적 이해 능력이 수학적 능력과 무관하지 않음을 나타내요. 실제로 이 그룹의 약 68%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듣기 능력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어요. 이들의 72.6%가 핀란드어를 제2언어로 배우는 이민자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모국어 여부를 떠나 언어 능력이 일반적으로 잘 발달되어 있지 않을 경우, 수학적 용어를 습득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어요.
많은 수학적 영역에서 부정적인 태도와 감정이 수학 성취에 영향을 주었어요. 자신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이 문제들은 나에게 어렵다라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 해결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어요. 이는 자기 효능감과 관련이 있어요. 그러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각각의 요소가 수학 성취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총 608명의 낮은 그룹의 아동들 중에서 246명의 부모 사전 자료를 바탕으로 그 상관관계를 탐구한 부분을 볼까요? 사전 학부모 질문 문항은 부모 교육 수준과 유전적인 학습 장애 가능성으로 이루어졌어요. 엄마의 교육 수준이 아빠보다 더 나은 예측 변수로 작용했고, 특히 기초 교육 변수가 다른 교육 수준에 비해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어요. 즉, 1~9학년에 걸친 기초 교육만 받은 부모의 배경 요소가 자녀의 수학적 사고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아요.
- 취학 전 아동들의 대부분은 정상 발달 범주에 속함
- 매우 낮은 수준의 수학 성취도 그룹에서 남학생의 비율이 여학생보다 2배 많음
- 낮은 수준의 수학 성취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
- 모국어 요인
- 수학적 태도와 감정 : 연관성은 있으나 유의미한 관계 파악이 어려움
- 가정 요인
본 연구는 기초 학습 부진 학생을 가려내고 그 원인을 파악하기보다는, 학교와 국가 지원 시스템이 초등 1학년 초기부터 고등 교육이 끝날 때까지 작용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해요. 그들이 겪는 학습의 어려움의 특성을 파악하고, 내적 혹은 외적 요인 중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소를 파악해서 지원 정책에 반영하는 게 평가의 목적이었고요. (어떻게 적용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렇게 초등 초기 단계부터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습자를 찾아낸다면, 이후 과정에서의 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