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측성 난청은 한쪽 귀는 정상 혹은 정상에 가깝지만 반대쪽 귀의 청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들은 의사소통 상황에서 뒤쳐져 소외되는 등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아동의 경우 수업에 뒤쳐질 가능성이 10배 더 높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편층성 난청이 청각 장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요.
NGO단체나 정부지원사업으로 청각보조기기와 재활 지원을 진행하고 있으나 소득기준이 충족되더라도 편측성 난청은 장애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사회적으로 편측성 난청인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따라서 이번 주에는 편측성 난청인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다룬 논문 <Unilateral deafness in adults: Effects on communication and social interaction>을 학습해 보았습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
연구에서 편측성 난청인들의 자기 보고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의 93%(30명 중 28명)가 자신의 상태를 의사소통 장애로 인식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했어요.
편측성 난청인들의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3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었는데요. 1) 소통 장소/환경, 2) 화자의 익숙함, 3) 시청각 조건 이렇게 세 가지가 갖는 영향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편측성 난청인들은 배경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 의사소통이 방해받는다고 보고했는데요. 참가자의 37%는 말소리의 일부만 들을 수 있다고 보고했고, 50%는 몇 마디만 들을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13%는 대부분의 말을 들을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배경 소음이 있는 환경의 예로 참가자들은 기차역, 공항, 교회, 체육관 등을 듣기 어려운 장소로 언급했어요. 그러나 조용한 환경에서 구조화된 대화나 일대일 대화를 할 때는 모든 참가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았고, 대부분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스피커를 통해서 음성을 지각할 경우에는, 잔향 시간(실내음의 에너지가 100만분의 1로 감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긴 공간에서 23%는 말소리의 일부만 들을 수 있다고 했으며, 40%는 몇 마디만 들을 수 있었고, 37%는 대부분의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응답했어요. 스피커로 들을 때 더 어려움을 겪는 것이죠.
다음으로, 화자 즉 대화상대가 익숙할 수록 참가자들의 대화 참여 수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요. 조용한 환경에서 4~5명이 참여하는 비구조화된 대화 실험에서 편측 난청이 있는 사람들은 익숙한 화자와의 대화에서 참여도가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소음 속에서 음성 인식을 하는 실험에서 청각 정보만 단독적으로 받는 것보다 시각적 정보(독화)와 청각적 정보를 동시에 들을 때 더 유리하다는 결과, 단어 인식률이 56%가 증가했습니다.
듣기 전략의 사용
편측성 난청인들이 의사소통 상황에서 사용하는 대화 전략은 1) 회피, 2) 머리 돌리기, 3) 독화 이렇게 3가지로 크게 정리할 수 있었어요. 연구에서 30명 중 12명(40%)은 회피 전략을 사용하며, 배경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 친구들과의 모임을 가끔 회피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거의 모든 참가자(97%)가 배경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 음성 지각을 향상하는 데 있어 시각적 정보(독화)가 중요하다고 보고했구요. 21명(70%)은 말하는 사람을 직접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거나,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겼습니다.
또한 참가자들은 머리 돌리기 전략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배경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는 모든 참가자가 더 나은 음성 지각을 위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청력이 남아 있는 귀를 돌린다고 보고했습니다. 조용한 환경에서는 25명(83%)이 소리의 출처와의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고 응답했고, 일부 참가자들은 운전 중이거나 대중교통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할 때처럼 머리 위치를 최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사소통이 방해받는다고 설명하기도 했어요. 참가자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 최적의 위치를 찾아야 하는 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연구진들은 독화 사용의 증가와 음성 인식 향상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발견했으나, 이러한 대안적인 전략 사용이 증가할수록 의사소통 장애를 경험하는 느낌도 증가하는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해요. 이러한 결과는 편측성 난청인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진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뒷받침합니다.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우선, 현재로서는 국내에선 한 귀의 청력 손실이 80dB 이상이더라도 다른 귀의 청력 손실이 40dB 이상이어야만 장애 등록이 가능한 상황인데요.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편측성 난청을 장애로 인정하는 국가는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독일 등 17개 국가에서 인정하고 있다고 해요. 난청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편측성 난청의 장애 진단 기준 변화가 필요하겠습니다.
또한, 편측성 난청 성인의 통계가 조사된 바 없다고 합니다. 이들은 청력 장애 등록이 불가하여 결국 100% 자부담으로 보청기를 구매하거나 인공와우 수술을 선택하게 되는데요. 인공와우 수술은 그 비용이 약 2천만원에 달해서 경제적 이유로 수술받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수술 이후에는 재활을 받아야 하는데 재활 바우처는 18세 미만 장애아동만 서비스를 이용받을 수 있어 여기에도 경제적 부담이 듭니다. 편측성 난청인의 고충과 맞춤 재활 및 복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 청각장애인들의 공감과 소통(이하 '청공소')에서 기부금으로 작년부터 저소득 편측성 난청인에 보청기 구입비, 인공와우 수술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