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보조 작가를 중심으로 웹툰 시장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웹툰 작가 노동이 실제로 어떠한지 조사와 칼럼을 중심으로 웹툰 노동 환경의 실태를 찾아보았습니다.
웹툰 작가의 노동 환경과 신체 및 정신 건강 실태
‘웹툰 작가들의 노동 환경과 신체 및 정신 건강 실태 조사’는 1년간 웹툰작가 활동으로 5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자 320명을 대상으로 약 3주간 설문을 진행한 내용입니다. 설문 내용은 인구사회학적 특성 외에 활동 분야, 경력, 노동 환경, 부당 대우 및 폭력 경험, 노력-보상 불균형, 건강 행태, 건강 및 질병상태, 사회적 고립감 등의 항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320명 중 여성 작가는 234명(73.1%)이며, 30대가 57.5%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20대가 26.6%를 차지했습니다. 연소득은 평균 3,613만 원이었고, 월 최소 소득으로 응답자 다수가 50~100만 원(40.96%)으로 응답했습니다. 50만 원 미만(22.53%)도 다수가 응답했습니다. 활동 분야는 독립작품(43.0%), 스토리 작가(31.1%), 작화가(25.9%)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1년 계약 형태는 작품 당 연재 계약이 55.6%, 근로계약 17.8%, 개인사업자 12.3% 형태였습니다.
노동 환경과 관련하여, 하루 노동 시간은 평균 9.9시간, 마감 전날 평균 11.8시간이었습니다. 주 근무 일수는 5.7일,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51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근무 시간의 적절성에 대해 64.4%가 적당하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원하는 시기에 휴가가 가능하지 않다고 응답한 경우가 47.12%였으며, 실제 건강 문제로 인해 쉰 경험은 25.7%였으며 건강 문제가 있지만 일한 경험은 40.7%로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웹툰의 특성 중 하나인 댓글에 대해 매일 확인하는 응답자(28.33%)가 가장 많으며, 매 시간 확인하는 응답자도 5%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 댓글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이 신경 쓰인다’ 이상으로 응답한 대상자가 50.34%로 과반 이상을 차지하였으며 작품이 아닌 작가에 대한 비난도 절반 가량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건강 문제를 좀 더 살펴보면, 주관적 건강에 대해 나쁘다고 응답한 경우가 34%였으며, 의사로부터 진단받은 질병은 정신과적 질환 중에서는 우울증(18%), 수면장애(14.7%), 불안/공황장애(14.3%)였고, 그 외 소화기계질환(12.37%), 안구건조증(30.7%), 방광염(10.7%), 근골격계통증(74%)로 보고되었습니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해 살펴본 정신건강문제에 대해서는 우울증상(28.74%), 불면증상(28.23%), 자살생각(17.35%), 자살계획(8.5%), 자살시도(4.08%)를 보고했습니다. 특히 댓글의 비난과 관련하여 작가에 대한 비난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 의사에 의한 우울장애 진단, 불안장애, 수면장애 진단 위험이 높았고 수면장애증상, 자살계획 또한 높았습니다. 작품에 대한 비난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의사에 의한 우울장애 진단 위험이 높았고 수면장애 증상 또한 높았습니다. 그리고 마감 일정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우울장애, 불안장애, 수면장애 진단 위험이 높았고 수면 장애 증상이 높았습니다.
해당 실태 조사에서는 웹툰 작가들은 (1) 마감이라는 계약 조건이 곧 근로조건이 되는 구조와 (2) 댓글 문화 (3)웹툰 산업 자체의 폭발적인 성장과 더불어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무한 경쟁에 노출되는 등 일반적인 근로자와는 다른 근로조건 및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플랫폼을 통해 성장한 산업구조의 특징으로 누구나 진입이 가능해지며, 무한 경쟁의 구도안에서 개인 작가가 스스로 노동 환경을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구조 안에서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1)스스로의 건강을 돌보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2)신체적 질환뿐만 아니라 정신과적 질환에도 상당수 노출되어 있습니다.
웹툰 시장 내 계약 형태
앞선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계약 형태는 작품 당 계약이 과반 이상으로 주요한 계약 형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 관심의 시작이 되었던 토스의 웹툰 노동 캠페인에서도 계약 형태를 지적한 만큼 웹툰 노동의 계약 현황을 지적하는 칼럼을 살펴보았습니다. ‘웹툰노동의 현실, 그리고 저작권과 노동권의 관계(하신아)’에서는 ‘누적MG’라는 계약 형태를 주목합니다.
MG란 한국 웹툰계 특유의 급여 지급 형태로, 실질은 원고를 입고한 다음 달에 지급되는 원고료이지만 계약서상에는 미래에 발생할 저작권 수익을 일부 선지급 받는다는 의미로 전지급금, 최소 보장금 등으로 기재됩니다. 실제 누적MG로 계약을 한 A작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A작가는 회차 당 100만 원을 받기로 했고 한 달에 400만 원을 받으며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은 대히트를 치지는 못 했으나 꽤 인기를 끌어 월 5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기존에 받았던 금액보다 100만 원이나 더 번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작가님, 작가님은 기지급된 MG를 못 채우셨어요”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사실 A 작가의 작품은 월 500만 원보다 더 많이 벌었습니다. A 작가의 작품을 제작한 제작사는 유명한 대형 플랫폼과 계약해 작품을 배포했는데 애초에 발생한 수익은 월평균 1,000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플랫폼과 제작사 간에 5:5 수익배분 계약이 체결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플랫폼이 먼저 500만 원을 가져가고 제작사에 500만 원이 들어온 것입니다. 최초 매출에서 보자면 A 작가는 자신이 이미 받은 돈의 배를 넘는 값어치를 벌어들였습니다.
수익을 5:5로 분배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니 작가가 받은 월 400만 원만큼 회사도 400만 원을 벌어야 ‘MG를 채운 셈’이 됩니다. A작가는 제작사에 월 800만 원을 벌어다 줘야 했는데 월 500만 원밖에 벌지 못한 것입니다. 결국 1년의 연재가 끝나자 회사에 3,600만 원의 빚을 진 상태가 됩니다.
‘빚이라면 채우지 못한 부분을 현금으로 갚아야 한단 말인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누적 MG라고 불리는 계약을 했다면 연재 기간 이후에 작품 판매 수익, 해외 판권, 2차 저작물 작성권 판매 수익 등으로 끝까지 채워 넣어야 합니다. 다 채우지 못했다 해서 현금으로 더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은 작가는 많지 않으나 없지도 않습니다. 정산 불명확 등을 이유로 작가가 계약을 해지하려 하면 늘 나오는 말이 이미 지급된 MG를 토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송을 당한 작가도 있습니다. 급여, 원고료라고 생각하고 돈을 받았기에 이미 원고를 창작하는 제작비와 생계비로 다 쓰인 뒤에 말입니다.
누적MG 계약에서는 저작권을 실질적으로 편취 당하고 있는 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을 넘어 아예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무조건 넘겨야 하는 계약도 허다합니다. 이는 불공정 계약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2008년 시정조치를 내렸으나 시장에서는 만연한 관행입니다. 카카오는 공모전 당선 작가들의 2차 저작권을 독점하는 계약으로 과징금을 부과 받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부당하다고 증언한 당선 작가는 단 한 명이었고, 카카오는 다른 작가들을 회유했습니다. 카카오는 공정위의 과징금 조치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2024년 공정위는 다시 한 번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시정 조치를 내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