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가 관심을 가진 이슈는 ‘소셜 섹터의 자금’입니다. (적절한 표현인지는 고민이 되지만.!) 소셜 섹터의 다양한 조직 유형-비영리 스타트업, 비영리 재단법인, 사단법인, 사회적 협동조합, 소셜 벤처 등-이 만들어지거나 운영되는 배경에는 자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비영리 스타트업 혹은 비영리 조직이 아산나눔재단이나 루트임팩트의 IP1 기금으로 성장을 해나가는 것이죠. 그리고 자금의 영역에도 다양한 개념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필란트로피, 벤처 필란트로피, 임팩트 투자 등 여러 방식으로 소셜 섹터에서 돈이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에는 ‘필란트로피’에 초점을 맞춰 학습했습니다.
필란트로피란 무엇일까요?
필란트로피의 어원은 사랑을 뜻하는 philia와 인간을 의미하는 anthropos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주로 자선으로 번역이 되었고, 근래에는 ‘그저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돕기 원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즉, 필란트로피의 범위를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시간 기부와 재능 기부까지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죠.
필란트로피에 모험을 뜻하는 Venture을 붙여 벤처 필란트로피를 따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벤처 필란트로피는 제3 섹터 조직의 임팩트를 극대화하기 위한 자선 부문의 새로운 지원 방식으로 1997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입니다.
벤처 필란트로피가 등장한 배경에는 기존 자선 방식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왜 매년 수조 달러의 자선 기금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사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필란트로피와 벤처 필란트로피는 초점 대상, 자금 지원 방식, 기간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 초점 대상 : 기존 자선 방식은 사회적 약자의 즉각적인 고통 해소에 초점을 맞춥니다. 벤처 필란트로피는 비영리 조직, 소셜 벤처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사명으로 하는 모든 조직의 중장기적 성장이 초점입니다.
- 자금 지원 방식 : 기존 자선 방식은 프로그램 단위의 단기적 지원 위주 사업을 합니다. 벤처 필란트로피는 임팩트 역량이 있는 소수의 조직에게 규모 있는 자금을 장기적으로 지원합니다. 자금 지원 기간도 3년 이상이 대부분이며 5년을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집중 포인트 : 기존 자선은 자원 배분의 공정성, 사업 과정의 투명성, 산출의 목표 달성 여부 등 자선 행위 자체에 집중을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벤처 필란트로피는 자금 사용처에 제한을 두지 않고 개별 조직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유무형 자산에 대한 투자, 활동가 및 조직의 역량 강화에 자금을 우선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높은 임팩트를 가진 필란트로피High impact philanthropy란 무엇일까요?
이렇게 ‘임팩트 창출’에 집중되어 있는 필란트로피(혼용해서 쓰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이하 벤처 필란트로피와 차이를 두지 않겠습니다.)는 어떻게 해야 더 높은 임팩트를 낼 수 있을까요? Center for high impact philanthropy에 따르면, 높은 임팩트는 얼마나 많이 기부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기부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잘’ 기부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4가지를 제시합니다. 첫 번째, 필란트로피 대상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가 명확한가?입니다. 두 번째, 근거 기반의 의사결을 하는가?. 여기서 근거는 실험적 정량 데이터 뿐만 아니라 수혜자 및 실무자 의견 같은 현장 데이터와 해당 임팩트 창출 맥락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이해관계자의 의견도 포함됩니다. 세 번째, 임팩트 대비 가격, 즉 가성비를 갖추었는가?. 필란트로피 활동이 만드는 총체적인 사회적 편익 대비 비용에 대한 논의입니다. 마지막으로 평가와 학습 및 개선이 이루어지는가?를 기준으로 잘 기부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필란트로피가 지속가능한 긍정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렇게 잘 기부하기 위해 필란트로피를 둘러싼 주요 이해관계자에는 어떤 존재들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Center for high impact philanthropy의 캐서리나 엠 로스퀘타 창립 이사는 필란트로피가 지속가능한 긍정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필란트로피 기부자(자선가), 지원 대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먼저 필란트로피 기부자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5가지 차원의 이슈를 고민해야 합니다. Organizational capacity(해당 솔루션을 구현, 측정, 관리할 수 있는 조직 역량), Strength of evidence(해당 솔루션의 타당성과 잠재력에 대한 근거), Inclusivity(해당 솔루션의 설계, 구현, 모니터링 및 평가 과정에서 수혜자 참여 수준), Durability of power(해당 솔루션이 지속될 수 있는 힘의 원천, 리더십, 거버넌스, 네트워크 등), System-Level Impact(해당 솔루션이 시스템 수준에서 장벽을 해결하고, 구조적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접근 방식) 입니다. 앞서 말한 잘 기부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4가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 자선 방식과 다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팀들을 지원함으로써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팀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임팩트를 관리하고 있는지,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듭니다.
다음으로 지원 대상을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자신과 유사한 정체성을 가진 혹은 유사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관련된 기관을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에 캐서리나 엠 로스퀘타는 필란트로피가 단순히 자신이 속한 기관만이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를 아울러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지원 대상이 다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루트임팩트 IP1 기금이 지원한 소셜벨류랩이 떠올랐습니다. IP1 기금은 비영리 조직을 지원하는 기금이며, 기금의 일부를 비영리 생태계 강화라는 목적에 기여하는 영리 기업, 프로젝트 등에 지원합니다. 소셜벨류랩은 소규모 비영리 조직들이 소셜 액션을 기반으로 후원자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유지하도록 돕는 곳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조직의 판을 만드는 곳을 지원한다는 점이 연결되어 떠오릅니다.
필란트로피 활동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까요?
필란트로피 활동을 금융 투자 자산군처럼 리스크 수준이나 결과 도출 기간, 기대 임팩트 효용에 따라 구분하고, 원하는 유형을 선택하거나 자산 포트폴리오처럼 분산 기부할 수 있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필란트로피 활동을 바라보면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Direct Services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수혜자들에게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조직을 후원하는 것입니다. System Capacity Building는 소셜 임팩트 활동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을 지원합니다. Policy, Advocacy는 소셜 임팩트 조직들이 일하는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과 옹호 이니셔티브를 지원합니다. Research, Innovation은 획기적인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연구나 혁신 프로그램을 후원합니다. 각 유형에 따라서 리스크 수준과 결과 도출 기간 등은 차이가 생기죠. |